몇년전 “북극의 눈물” 다큐를 보고나서 한동안 충격에 빠졌다.

환경변화가 주는 재앙에도 놀랐지만 변화된 환경에서의 북극곰의 처지가 IMF때 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에 처한 우리 건축사와 너무나 닮아서 놀랐다. 환경문제는 우리 건축사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과 능력을 발휘하여 개선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아니 “지구는 내가 구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환경공부를 시작하였다.

관련 서적을 구해서 탐독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조금씩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였으나 딱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하였다. 마침 친환경설계아카데미 교육과정이 개설되어 친환경 공부를 전반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정부는 2020년까지 BAU대비 30%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분야별 감축목표치를 정하고 추진전략 및 과제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녹색건축물 활성화 시책으로서 신축건축물 에너지기준 강화, 기존건축물 에너지성능 개선, 녹색건축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당분간 정부는 계량화할 수 있고 가시적인 에너지 관련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에너지 개선사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고 누군가는 이 일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건축물 인벤토리 구축 및 에너지 진단, 성능개선안 도출, 투자비 산출, 투자비 대비 성능개선효과 분석, 자금계획, 시공감리, 사후모니터링, 국가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일련의 실무적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

건축사들이 녹색건축물 활성화 정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협회는 이러한 능력을 배양할수 있는 자격제도를 만들고 교육의 장도 만들어야 한다.

얼마전 서울에는 100년만의 기록적인 비가 왔다. 불어난 물에 계획도시 강남이 물에 잠기고 도시기능이 마비되었다. 산사태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의 결과다. 단시간의 기록적인 폭우, 장기간의 강우 및 국지성 강우, 일사시간의 단축, 폭설, 한파, 폭염...

이러한 이상기후는 우리가 설계시 활용하는 30년간의 기후데이터를 무력하게 한다. 서울시는 기록적인 강우에 대비하여 기록적인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기록이 깨어지면 또 도시는 침수하고 기능이 마비될 것이다.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응이 아니라 적응하여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건축사는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설계기법를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옥상 배수계획시 폭우에는 물이 넘쳐 흐를 수 있도록 설계한다든지, 저지대의 1층은 피로티로 설계나 차수막 등 침수방지설계를 해야겠다.)

협회는 회원들의 설계 중 이상기후에 훌륭히 적응한 디테일이나 사례들을 발굴해서 책으로 발간하는 것도 좋은 방편인 것 같다.

이제 기상이변은 일상화되고 우리는 예측불가 한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욕망의 산물임을 깨닫고 이제부터라도 자연 앞에 겸손해 져야 하며 재앙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여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면서 건축사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건축물이 자연재해 앞에서 재앙을 가중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최후의 피난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지진 폭우 혹한 혹서에 대비하여 내진구조설계의 강화, 차수막 등 침수방지 설계, 단열성능 강화등을 기준이상으로 설계하여야 한다. 폭설이나 폭우 등 장기적이 고립에 대비하여 태양전지나 풍력은 물론 건축화농업 시스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일을 하고 있는 건축사들이 이러한 이상기후에 대한 통찰과 이해를 통해서 건축적인 대안을 만들고 고민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힘써야 힐 것이다.

저탄소, 저에너지, 친환경, 녹색건축물, 이상기후 등 환경적인 이슈의 중심에 우리 건축사들이 위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친환경적 역량을 키우고 사회적인 책임을 게을리 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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