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감사선거 시 “1년에 한번 감사보고서가 외에 매달 감사통신을 보내 드리겠다”고 공약하였다. 딱딱하게 잘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고 부드러운 글 속에서도 회원과 소통하며 곱씹어 봄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정하기 위함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하여 제호를 고민해 오다가 한옥을 협회로 가정해 보니 얼개 속에 회원과 회장과 감사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한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초의 집, 초가의 얼개는 집 터 위에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후 도리로 고정시키고 대들보로 지붕의 모든 힘을 받게 한 후 서까래를 나란히 설치한 후 지붕을 얹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춧돌이 없으면 자갈과 진흙을 다져서라도 기초를 삼겠지만, 기둥이 없으면 애당초 집짓기를 시작할 수 없다. 기둥은 대부분 올곧은 것을 4각으로 깎아 세우지만 때로는 껍질만 벗긴 채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육모나 팔각기둥도 사용하는 등 형태가 다양하다. 따라서 협회로 말하자면 기둥은 다양한 모습을 가진 회원에 비견할 수 있다. 더구나 국민이 없는 국가가 존재할 수 없듯이 회원이 없는 협회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장은 당연히 대들보가 될 것이다. 기둥이 아무리 튼실하고 좋아도 도리로 연결해야 고정이 되니 이러한 처마도리 중도리 등 각종도리는 협회를 이끌어가는 이사회와 위원회에 비견할 수 있고, 이들의 중심으로 지붕의 모든 힘을 받아 기초까지 전달하는 것은 대들보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재목 중에 제일 크고 위로 힘 받기 좋게 적당히 구부러진 목재, 부모와 스승으로부터 “나라의 동량(棟梁)이 되라”던 그 대들보이다.

그렇다면 감사는 부재 중 가장 작은 서까래일 터이다. 집행부서가 아니니 힘이 없는 것이 부재의 크기와 비례되기 때문이다. 서까래는 대들보의 1/10도 안 되는 작은 부재지만 여러 개가 위에서 대들보를 살피고 있다. 부지런히 안 보이는 곳까지 빠짐없이 살피는 것이 감사의 역할이니 그와 유사한 것 같다.

앞을 보는 도목수는 햇빛 드는 정면보다 음지인 후면에 더 굵은 서까래를 쓴다. 음지는 목재가 일찍 썩기 때문에 이를 배려한 것이다. 이 또한 집행부가 간과한 곳을 챙기라는 명령 같다. 이래저래 감사는 서까래다. 서까래 노릇 잘해서 비가 새지 않는 튼튼하고 화락한 집, 협회를 만드는데 작은 힘이나마 진력할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대들보와 서까래’라는 건축부재로 칼럼의 이름을 삼는다. 앞으로 본 칼럼에 많은 회원의 다양한 메아리를 기대한다.

<202호부터 새로운 코너 ‘안뜨락의 사색’인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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