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연일 대학등록금 논쟁이 뜨겁다. 선거를 앞둔 여야정치권의 포플리즘적 편승과 각계각층의 수많은 목소리에 시위까지 더해져서 논쟁은 더욱더 가열되고 있다. 중앙일간지에 의하면 사립대학의 평균등록금은 769만원, 국·공립대학은 444만원이며 등록금 외에 교재비 및 하숙비 기타 기본경비 등을 포함하면 대학생 1인당 연간소요경비는 1000∼2000만원으로,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등록금에 대한 국가의 부담과 세수확보, 형평성 논의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대학예산의 합리성과 대학의 난립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50년 전인 1961년의 대학진학률은 5%, 고등학교진학률은 21%였고, 87년도에는 대학진학률은 29%, 고등학교진학률은 80%가 되었는데, 2011년도 현재 대학진학률이 82%인 현상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해도 문제가 있다는 공통의 목소리로 표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의 설립과 진학률이 과다해진 사회의 틀에서 건축계의 모습은 어떠하였는가? 건축관련학과는 대학의 증설속도보다 더 빠르게 정원이 확대되었고, 건축사가 되기 위한 교육연한도 5년 이상으로 변화하였다. 2002년에 시작된 5년제 건축학교육과정의 대학은 2010년 말 현재 72개교로 매년 2,0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으며, 이중에서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KAAB)에서 건축학전문학위 인증프로그램을 인증받은 대학이 29곳에 머물러있다. 5년제 이외에 건축 관련 학생은 2.3.4년제의 대학과 건축전문대학원을 합하면 추가로 5,700여명이 배출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건축설계를 포함한 건축시장 진입을 목적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숫자는 산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넘어서 있다.

건축계는 총체적이고 지속적인 위기상황 속에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수없이 많았지만, 발등의 불을 끄는데 급급하여 개선할 수 있는 문제까지 방관하였다. 즉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한 건축관련 산업의 외형축소 현상 등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지만, 건축계의 과다한 인력의 공급으로 인한 불균형의 심화문제는 의견을 결집하고 경종을 울렸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산업계와 학계는 대학정원의 축소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자신들과 관련없는 문제로 치부하고 방관하여 현재의 불균형상황을 초래하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건축교육의 소비자이며 주체인 수많은 학생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노력을 더하여 미래를 향하여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지만,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냉혹한 현실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IMF를 거치며 건축경기가 하강곡선을 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산업계와 건축사는 어떠하였는가? 신입사원은 가르쳐서 일을 할 만하면 떠나버린다는 부정적 경험과 논리에 얽매여 경력사원만을 선호하였고, 그로 인하여 새로운 인력수급이 정지되고 기존의 인원들마저 건축를 떠나는 결과를 잉태하였다. 씨를 뿌리지 않고 남이 키운 과실만을 쉽게 가지려는 개개인의 잘못된 선택은 대외적 악재와 더불어 내내적 인력수급의 어려움과 질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학계는 시대상황에 합당한 역활과 교육의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철밥통에 기대어 품위있고 우아한 대접을 받으며,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들을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주는 악세사리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는가? 과연 학생들의 진로에 대하여, 구조적틀을 바꾸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현재 설계관련 교수의 상당수는 학교의 팽창과 제도가 변화되는 시기에 학교라는 안정된 피난처로 이동하였고, 현재는 자신이 피난 나온 매몰찬 시장으로 내보내어질 소수의 학생과, 첫 발걸음도 띄지 못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기성세대인 우리 모두는 냉정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봐야한다. 지금이라도 수많은 땀과 노력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예비건축인의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해야한다. 자신의 삶을 위하여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것도 중요하고, 먼 미래를 위한 의무방어적 논문과 교육등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우리중에 누군가는 예비건축인들의 미래와 거시적틀을 바꾸기위하여 밤을 세워 논의하고. 연구하고. 행동하여야한다. 만약 우리 기성세대들이 변화시도에 대한 책임감도 없고 자기 밥그릇에만 안주하는 모습으로 머물러 있다면, 우리들은 사회적 중심에서 점점더 멀어질것이며 전문인의 위상도 회복하기 어려울것이다.

과연 우리중에 예비건축인을 떳떳하게 바라볼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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