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무소를 개업한지 19년차다. 동경하고 상상하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설레는 맘으로 건축을 선택했고 사무소를 오픈할 열정으로 5년간의 실무를 수많은 밤새우며 희망을 꿈꿨다. 1993년 사무소를 오픈하며 1차 관문을 통과한 뿌듯함과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꿈은 이뤄지리라. 사람들에게 예쁘고 멋진 집을 설계해주며 보람도 느끼고, 성공할 것임을 확신했었다. 그 어떤 직업보다도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일이라 믿으며 자부심도 컸고 그 어떤 일도 부럽지 않았다. 그런데 19년차인 현재 나의 일은 보람도 자부심도 없는듯하다. “일이 참 하기가 싫다.” 배운 도둑질 마냥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왜일까?

1. 제자리: 오픈했을 때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성장이 되지 않았다.

2. ‘수주 : 설계’: 로비 비율이 7:3에서 1:9쯤 느껴진다. 건축사가 아닌 것 같다.

3. 설계: 수주를 해도 돈이 남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결산하면 마이너스다.

4. 외주업체: 협력업체가 아닌 상전으로 전락했다.

5. 잦은 설계변경: 당선 안을 모든 대안으로 요구하며 새로 하듯 설계변경을 당연시한다.

6. 직원: 자세와 열정이 바닥이다.(우수인력은 건설사, 컨설팅사로 취업한다)

7. 같은 시대에 오픈했던 건축사들 역시 폐업직전 이거나 전업을 했다.

등등의 생각이 떠오른다. 목표의식과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상실한 것 같다. 보람도 느낄 수 없다. 사무소를 운영할 이유가 없게 느껴진다. 건축계의 현주소가 아닐까?

개선하려 노력은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식이다.

요구하지 않는 건축사! 지성인인가? 예술가인가? 바보인가?

1. 20년 전 설계비도 십 만원을 받았는데 지금도 십 만원? 그 이하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물가상승분은 법적으로 인정됨에도 건축사들은 요구하지 않는다)

2. 잦은 설계 변경을 무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설계에도 원가가 있음을 말하고 요구하지 않는다)

3. 명품건축 한다고 디자인 및 외주성제출물이 늘었다. 심의위원 지적사항은 법수준이다.

(싸구려 설계비에 명품설계? 안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허망한 상실감의 시발점은 어디인가! 그 힘든 많은 문제를 극복하고 열심히 해도, “먹고 살아지지 않는다.”이다. 이는 건축사의 위상이 바닥임을 입증하고 우리 스스로 당당치 못하고 자긍심도 없어지는 이유이다. 일반인들 역시 건축사를 동경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동네부동산업자 보다 못한, 몇 백만 원만 주면 부릴 수 있는 쉬운 기술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건축이 문화임을 부인치 않는다. 건축=예술=문화다. 그러나 수입으로 능력을 인정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만이 아닌 우리개념으로 협회 안에서 힘을 모으고 변화해야한다

협회가 친목단체인가! 문화를 계몽키 위한 연구소인가?

개인이 이 문제들을 해결하긴 어렵다. 지엽적으로 말하고 호소할 순 있으나 개혁할 수는 없다. 협회의 목적이 무엇이냐, 상호협력과 권익옹호가 기본이다.

건축사도 떠나고 있고, 미래의 희망인 학생들도 설계를 떠나고 있다. 누가 건축사를 존중하고, 직업으로 선택하려 하겠느냐. 협회는 정확히 현 상황을 인식하고, 협회사무국은 죽기를 각오하고 답을 내놓아야한다. 우리건축사들은 도우고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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