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년, 추억으로 돌려놓기에는 너무 많은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 국민의 일상을 에워쌌고 이야기의 배경을 제공한 건축계는 극심한 무력감과 죄책감 속에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대한건축사협회도 마찬가지였다. 외부 회의가 많아지다 보니 TF회의가 연속됐고 협회를 대표해서 부회장, 법제위원장과 소위원장, 위원 등 법제 관련 건축사들은 생업을 제쳐두고 외부로 뛰어 다니기에 바빴지만 인적 구성의 한계를 보았다. 법제 담당 협회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협회 창립 이래 건축계의 현안이 산적하지 않았던 해가 있었겠냐마는 시도 때도 없이 건축 관련사건․사고가 이곳저곳에서 발생, 실시간으로 협회가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1995년 이후 최근이 아닌가 싶다. 2015년을 시작한지 보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로 또 다시 시작됐다.

늘 그렇지만 협회 입장에서 보면 하루 일과가 전쟁이다. 지뢰밭을 걷는 상황에서 여기에 공중에서 폭탄이 간헐적으로 투하되는 상황, 딱 이 상황이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상황이다. 아무리 유능한 건축사들을 동원한다 해도 미봉책이고 방어 대책만으론 버티기 어렵다.

건축계 입장에선 건축(Architecture)과 건설(Construction)의 구분 없이 소위 '노가다'라는 동일한 의미로 통용되고 건축이 건설의 일부로 치부되고 종속적 구조로 이해되는 시장상황, 건축사 입장에선 독점적 권한이 인정되는 전문자격을 기술자격 수준으로 이해하는 상황과 전문가로서의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 등이 근본적 과제다. 단 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결코 아니다. 과제 해결을 위해선 협회 내 건축연구원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을 이용, 협회는 관계 부처 및 국회를 설득,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반영되면 현업의 건축사들은 업무 수행에 날개를 달 것이고 업무가 많아짐에 따라 협회 공제조합의 이익은 증가할 것이다. 이때 공제조합은 건축연구원에 재투자를 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건축연구원은 과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건축사를 위한 대한건축사협회 시스템의 선순환 구조이며 이러한 시스템이 탄탄하게 구축된다면 건축사와 협회의 미래와 희망을 조금이라도 밝혀줄 수 있을 것이로 생각된다.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리더가 선출된다. 누가되던지 간에 선거 기간 동안 제시한 공약뿐만 아니라 근본적 과제의 해결을 위한 시스템의 구축을 임기 내 완수 또는 임기 후까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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