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관, 일반 대수선에도 건물 전체 ‘인증기준’ 요구…완화심의 신청에 최대 4주 ‘하세월’
대한건축사협회 “협회 내 인증 심의조정위원회 설치해 조정 의견 낼 수 있게 하는 건축법 개정 등 회원에게 도움되는 방안 마련할 것”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공공시설에 의무화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barrier Free) 인증제도’, ‘편의시설 설치기준’이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적용으로 제도 개선 요구가 높다.

예를 들어, 공공시설을 일부 증축 또는 개축·대수선·용도변경 시 일부를 변경했음에도 건축물 전체를 ‘편의시설 설치기준(장애인 승강기, 출입구, 계단 등)’에 맞게 해당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가 하면, 이에 대한 적용 완화 심의 신청을 하더라도 결과를 받기까지는 적게는 2주, 많게는 4주까지 걸려 부담이 커서다. BF 인증의 경우엔 예비인증 당시 내용과는 다른 심의 결과가 본인증 때 나오는 등 혼란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이 일상에서 시설·설비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1997년에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BF 인증의 경우 2007년 도입되어 초창기엔 시설주가 자율적으로 인증에 참여토록 해 강제력이 없었으나 현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축하는 공공건물의 경우 BF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현재 인증기관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생산성본부 인증원, 한국부동산원,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한국환경건축연구원, 한국건물에너지기술원 8곳이다.

장애인등편의법 제9조(시설주등의 의무)에 따르면 공공건물을 신축하거나 용도변경을 포함한 주요 부분을 변경할 때에는 편의시설을 법에서 정하는 설치기준에 적합하게 설치·유지·관리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편의시설 설치기준’이라 함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높이 차이가 제거된 건축물 출입구 ▲장애인등이 통행·출입할 수 있는 출입구·복도·통로·계단 등을 말한다.

기존 건축물에 대한 장애인등 편의시설 적용대상 여부
기존 건축물에 대한 장애인등 편의시설 적용대상 여부

문제는 BF 인증기관에서 증축·개축·대수선과 같은 부분적인 변경 때에도 건축물 전체(전층)를 편의시설 설치 기준에 맞게 설치토록 강제한다는 점이다. 구조적인 이유로 편의시설 설치가 어렵다면, 허가권자와 협의 후 적용 완화를 받아야 하며, ▲기존 건물과 증축되는 건물의 연결 통로 ▲기존 건물의 주출입구 ▲수직 이동 수단 등과 같은 공용으로 쓰는 내부 시설에 대해서는 편의시설(장애인 시설) 설치가 의무사항이다. 말이야 쉽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A 건축사는 “요즘 들어 용도변경 문의가 많은데, 가장 큰 걸림돌이 장애인 시설의 과도한 적용 문제다. 일반 대수선과 같이 전체 건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강화된 장애인 시설 등을 건물 전체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게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이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반인을 오히려 역차별하는 건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렇다고 건물을 부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불합리한 면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용도변경뿐 아니라 BF 인증 시 장애인 시설의 과도한 적용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인 기준과 적용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1차 심사와 2차 심사 위원 다르고, 한 마디씩 훈수 두는 심사…갈팡질팡 혼란만 가중

BF 인증의 경우 건물 설계단계(실시설계) 후 예비인증서를 교부받고, 설계를 반영해 시공한 뒤 본인증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문제는 예비인증 심사와 본인증 심사 때 각각 심사위원이 다를 뿐만 아니라 위원마다 한 마디씩 거들어 훈수 두는 식이라 갈팡질팡 혼란만 가중된다는 점이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인 B 건축사는 “BF 인증 문제가 심각하다. 가령 1차와 2차 위원들이 각각 달라 1차 지적사항을 보완해도 2차 때 또 다른 지적사항이 나온다”며 “위원마다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식인데, 일관성도 없고 예비인증 필증을 받으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정을 반복하는 통에 속을 태운다”고 토로했다.

인증 심사 시 법 보다 과한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며, 이를 잣대로 심사여부를 좌지우지한다는 뒷말도 관계자들 간 무성하다. 아무리 기본 계획 도면 등을 관련 법·기준에 맞춰 제출하더라도 심의위원회에서 ‘NO'를 하면 필증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현 제도상 부당하더라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법과 세부기준·매뉴얼이 모든 현장 상황에 동일한 답을 주지 않고, 현장에 따라 인증기관의 해석도 다른 게 현실이다. 인증기준 관련 제기되는 문제들을 총괄·통합해 강제력이 있는 매뉴얼의 수정·확산을 담당하는 총괄조정 기관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BF 인증을 두고 현장에서 제도개선 요구가 높은 게 사실이다. 실제 장애인이 건물을 사용하는 데 어디까지가 불편이 없는지 적정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며 “법보다 과도한 기준을 요구를 한다든지 또는 불합리한 부분들에 대한 사례조사와 더불어 건축사협회 내 심의 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의견을 내어 조정하는 건축법 개정 등 회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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