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 열렸던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성과와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행사였다. 건축전 기간 동안 전시된 한국관을 통해 분단된 남북의 상이한 건축 발전과정을 돌아보고, 그 차이점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기획대로 전시회를 남북이 공동으로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남북건축교류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화적 토대를 만들고자 한 노력은 세계 건축계에 널리 전해졌다. 덕분에 한국관은 사상 최초로 국내 건축계에 황금사자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건축은 인류 진보의 역사이자 미래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 자체이자 강력한 문화, 소통의 언어이기도 하다. 이러한 건축을 통해 남북이 교감을 이룰 수 있다면, 이는 곧 남북 구성원들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고, 끝내 이뤄낼 통일의 참된 준비가 될 것이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은 지금, 우리는 건축을 통해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건축이 온전히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또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겸허함 속에 공존과 조화, 공생과 협력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대로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한 가치가 될 수 있다.

또한 건축은 남북 경제의 선순환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평양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노후화, 기능저하 등으로 이미 수명이 다한 주택과 건축물이 대다수인 북한의 현실에서, 남북의 건축협력은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투자처이자 고용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협력과 투자로 진행될 북한 주택공급 확대는 북한 주민의 고용확대를 가져올 것이고, 이는 곧 소비확대, 생산증대, 고용확대로 되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남쪽도 마찬가지다. 건설 및 건축자재, 각종 전기․전자제품의 공급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붐을 일으킬 것이다. 건축을 통해 남북공영의 순환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남북건축협력, 북한개발협력과 관련해 발생 가능한 모든 요소들을 꼼꼼히 살피고 준비해야 한다. 과거 중국이나 동유럽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철저한 계획 없이 진행된 개발은 결국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 통일 후 예상되는 SOC 수요를 어떻게 조절해가며 건설할 것인지, 또한 어떻게 난개발이나 투기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추진할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북한의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 건축계가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해 우리 정부는 남북 모두에 축복이 될 수 있는 내실 있는 통일 준비에 힘을 쏟았다.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등 상생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건축계에서도 ‘새로운 통일 건축의 패러다임’을 제시했으면 한다. 세계적 수준을 갖춘 우리 건축기술과 노하우는 서로의 문화와 삶을 존중하면서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통일시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새해에는 진정한 통일 대박이 건축계로부터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 건축의 힘을 굳게 믿으며, 을미년 새해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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