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빈 건축사
정효빈 건축사

2년 전에 준공을 한 프로젝트의 건축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해외를 중심으로 여행업을 하시던 건축주는 최근의 코로나 사태로 생업이 힘들어지셨다. 회사를 휴업으로 전환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사무실로 이전을 하게 되었고 직원들의 임금은 일부지만 지급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듣는 내가 더 안타까움이 드는 그런 상황에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연락을 주셨단다. 이유를 들어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본인 건물을 통 임대를 주었는데 주변의 다른 건물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현재 소요되는 월비용을 다 처리하고도 생활이 되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듣는 내가 더 고마운 일이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설계한 10평의 공간이 근처의 30평 규모의 공간과 같은 금액으로 임대가 되었다든지, 우리가 설계한 카페에서 천만 원 이상의 일 매출을 달성한다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

우리와 함께한 건축주들에게 생긴 좋은 일들이고 설계한 우리에게도 뿌듯한 일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부동산이나 상업적 가치에 비해서 우리의 설계적 가치는 인정받고 있는가 하는 것에는 의문이 들었다. 이 이후로 나는 신규 설계 상담 중에 설계비를 낮춰달라는 클라이언트가 있을 때면 역으로 질문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제가 설계를 잘해서 하루에 500만원 벌 것을 1000만원을 벌게 되신다면 제게 그 수익금의 일부를 주실 수 있습니까? (대부분은 난처함을 비추신다.)

수익금을 주실 수 없다면 최소한 그런 가치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저희의 양심적인 설계비를 비싸다고 생각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더 주는 500만원이 나중의 초과 수익금의 하루치 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도발적인 건축사의 이러한 말에 황당해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히 더 줘야지라고 생각하신다.

예전에 나는 우리가 하는 노력과 열정에 비해서 그 대가가 터무니없이 낮다고 비평적인 말들을 쏟아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설계비를 낮춰 계약을 성사시키기 보다는 왜 그 설계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설득하고 합당한 설계비로 계약을 하려 한다. 재산권이 전부인 줄 알고 있는 건축주에게 우리가 설계한 건축물이 미디어에 나오거나 상업적으로 사용될 때는 필히 우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지적 재산권과 그 판례에 대해 설명한다. 이렇게 행동하면서 발견하게 된 놀라운 점은 대부분의 건축주들이 설계비에 대해서도, 저작권에 대해서도 몰라서 그렇게 행동한 것일 뿐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고 나면 수긍을 한다는 것이다.

크리틱이라는 도구로 배우고 가르치며 건축사가 된 우리이긴 하지만 세상과 마주할 때는 비평적인 말과 행동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미미하더라도 긍정적인 생각과 작은 행동들은 세상을 서서히 움직이게 만든다. 우리가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설계의 가치는 우리가 찾아야 한다. 우리의 작은 행동들이 조금씩 쌓여갈 때 부동산의 가치가 지배하는 우리의 세상도 조금씩 공간과 건축의 가치를 알아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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