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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영원’ 중에서 반짝이는 부분
‘영원’ 중에서반짝이는 부분- 임재정죄조차 길이라면 좋겠네벚나무 벚나무 꽃 진 그늘에 숨어, 아름드리 소나무를 품어보는 일이 허리를 옥죈 관대 같아 그럭 아린 이승의 맛이다 밤이면 소쩍새 울고 낮엔 송홧가루 날린다 탁란 뒤안길의 뻐꾸기 날개짓이 어제의...
함성호 시인  2018-04-16 13:37
[시로 보는 세상] 저쪽
저쪽- 이순현여기로 와서 우는 저쪽아무도 받지 않는다칼을 물고 잠든 칼집이거나맨땅에 부어놓은 물이거나옴짝달싹할 수 없는 감정의 극지한 사람이 고통받아도지축은 휘청거린다덫에 걸린 부위를 물어뜯어서라도자유가 되고 마는 짐승들의 서식지여기로 와서울고 또 울...
함성호 시인  2018-04-02 11:26
[시로 보는 세상] 알람시계 2
알람시계 2- 문태준시들어가는 수풀에 갔네수풀은 열한번째 달의 끝에 있네나는 마지막 곡을 듣네수풀은 건자두 같네볼륨이 낮아요, 라고 나는 말하네눈 좀 더 떠봐요, 라고 나는 말하네시간의 불을 켜지 마세요, 라고수풀은 말하네나는 알람 시계를 주워 들었네...
함성호 시인  2018-03-16 14:10
[시로 보는 세상] 추신
추신- 임곤택우울한 정신을 준 아버지에게집 아닌 곳을 처음 보여준그 마을 성당에게무엇이든 함께 마시고 싶던고1 때의 여학생에게그로부터 3년 뒤 겨울에게군청 앞을 지나는 4킬로 남짓등굣길에게마당의 박하 잎과 박하 향,그 중독의 강림에거울을 부수게 한베이...
함성호 시인  2018-03-02 15:02
[시로 보는 세상] 재회
재회- 이종형각각 일행이 있는 한 사내와 여자가모리화하는 밥집 식탁에 각각 자리 잡아음식을 주문했다사내는 보리비빔밥에 고추장을너무 풀어 넣어 목이 막혔지만건너편 식탁의 여자는 가만가만들깨수제비를 입에 떠 넣었다식사를 끝내고먼저 일어서는 여자와딱 한 번...
함성호 시인  2018-02-19 13:47
[시로 보는 세상] 입과 지느러미
입과 지느러미- 신영배입은 흔드는 것인데그 저녁엔 입을 너무 많이 써서 가슴이 다 닳았다사랑하는 사람이 떠날 때그 말은 흔들어야 했는데보내고흔들리는 방이 물속에선 지느러미를 쓴다-『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신영배 시집 / 문학과 지성사 / 2017그래...
함성호 시인  2018-02-01 13:39
[시로 보는 세상] 낙엽 쓰는 노파여
낙엽 쓰는 노파여- 장석남11월의 아침을 쓰는 노파여저녁을 쓰는 노파여바람까지도 쓰는 노파여낙엽을 이기려는가?낙엽 쓰는 이 없는 그 어느날을내게 주시려는가?고요의 그 어느날을 어쩌시려는가?나뭇가지 사이 젖어가는 하늘이나한꺼번에 보이시려는가?어머니여,비...
함성호 시인  2018-01-16 13:39
[시로 보는 세상] 칼날이 잠든 곳
칼날이 잠든 곳- 박신규새끼 밴 생구(生口) 따위가 사람보다 더 대접받는다고, 면도날 하나를 여물에 넣고 두근두근 내가 더 야위어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내 혀 깨물고 죽어도 울지 말거라, 속병으로 약봉지를 끼고 사는 노모는 걸핏하면 일을 때려치우는 자...
함성호 시인  2018-01-02 13:57
[시로 보는 세상] 그 겨울의 끝
그 겨울의 끝- 송종찬강 건너가 그립더니건너갈 수 없는 심연이 그리워지더니사나흘 귓불을 스치던 북풍에 강이 얼고그대를 찾아 얼어붙은 강을 건너갔더니눈보라에 거세게 흩날리더니폭설은 돌아갈 길마저 지워버리더니벌판 끝 성당의 불빛만 희미하게 반짝이고프레스코...
함성호 시인  2017-12-18 11:08
[시로 보는 세상] 얼의 굴
얼의 굴- 정 영구름이 지나가는 사이수천의 얼이 태어났다굴에 들었다 소멸한다당신을 만나 손을 잡을 때 난 어떤가거꾸로 매달려두 눈을 껌벅이는 난 어떤가저 막막한 대지에서바람에 맞서는 난 어떤가우주의 조롱 속에서고개를 쳐드는 난 어떤가침묵하는 난 어떤 ...
함성호 시인  2017-12-01 15:28
[시로 보는 세상] 올바른 나체
올바른 나체- 최지인네가 너를 익명이라 소개했다뭐라고 불러야 할까이럴 때 과일은 노골적이다좋아하는 색깔을 묻는다면폭력적인 사람너와 관련된 것은 개인적이다세상에서 가장 야한 사진을 요구하고 싶지만너는 나를 바라보며 자세를 잡고단호하게난간에 올라서며뭐라고...
함성호 시인  2017-11-16 10:59
[시로 보는 세상] 면벽 40 ― 벽
면벽 40 ― 벽- 강세환벽을 바라볼 때가 있다시 한 줄 쓰지 못한 날은벽을 무너뜨려서라도시 아닌 것들을 다 무너뜨리고 싶다한방에 무너뜨리지 못하면저 벽처럼 입 닥치고 있을 것!저 벽처럼아무것도 모른다 할 것!시도 잊을 것!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해도다...
함성호 시인  2017-11-01 15:28
[시로 보는 세상] 모두의 밖
모두의 밖- 이 원의자의 편에서는 솟았다땅속에서 스스로를 뽑아 올리는 무처럼마주해 있던 편에서는의자가 수직으로 날아올랐다그림자의 편에서는 벽으로 끌어 올려졌다벽의 편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긁혔다얼른 감춰야 했다의자는 날았다 그림자는 매달렸다속은 알 수 ...
함성호 시인  2017-10-10 14:53
[시로 보는 세상] 당신과 살던 집
당신과 살던 집- 권대웅길모퉁이를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햇빛에 꽃잎이 열리려고 하는 순간기억날 때가 있다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하늘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어떡하지 그만 깜빡 잊고여...
함성호 시인  2017-09-18 14:16
[시로 보는 세상] 써라!
써라!- 서정학빨리, 써라! 제발 아껴서 써라! 땅을 파도 안 나오는, 이건 정말 못 해먹겠네, 적당히 시간은 없고, 줄― 줄― 써 내려가야 한다. 새 문서, 새 웹페이지, 새 전자메일 메시지, 줄― 줄― 잡음이 낮게 깔리고 있었어. 새로 써라! 문서...
함성호 시인  2017-09-01 13:36
[시로 보는 세상] 발등에 내리는 눈
발등에 내리는 눈- 박연준당신이 꽃을 주시는데테이블에 던져놓고 잊어버린 밤사라진 것은 밤이 아니라빛의 다른 이름이다일회용 컵 뚜껑을 깨물다입술을 베인다가벼운 것에 베이면 상처가 숨는다틈으로 들어오는 것이 빛인지 어둠인지허공을 더듬는 거미의 열기인지허방...
함성호 시인  2017-08-16 15:03
[시로 보는 세상] 허씨집 벤의 기도
허씨집 벤의 기도- 심보선능숙하게 잔인을 구사했던 로마인들토가의 주름을 펴던 노예의 손목을 낚아채그 위에 새겨진 주저흔을 바라보며능청스럽게 말했네“이 약해빠진 암염소들아,호메로스조차 너희들의 인생을 시로 쓴다면 삼류로 전락할 것이다!”복수의 운명이여,...
함성호 시인  2017-08-02 11:29
[시로 보는 세상] 월남 자전거
월남 자전거- 김승강자전거가 한 대 내려왔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좁은 갓길인데도 그쪽은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왔다 하마터면 정면으로 부딪힐 뻔했다 뒤돌아보니 월남 여자였다 월남 여자는 자전거를 타고 월남으로 곧장 내달았다 월남 여자가...
함성호 시인  2017-07-17 15:25
[시로 보는 세상] 잘가라, 첫사랑 물방울 벌레들아
잘가라,첫사랑 물방울 벌레들아- 조길성방충망에 투명한벌레들이 맺혀있는 것을 본 적 있다오늘 문득유리창에 기어 다니는투명한 벌레들을 본다살아있었구나내 몸속에서 수많은 물방울들이아우성치고 있다나는 물방울의 숙주언젠가 이 몸을 버리고 떠날 것을 안다난 이 ...
함성호 시인  2017-07-03 16:38
[시로 보는 세상] 수색
수색- 안미옥건네받은 악수에는 깨문 자국이 있다. 우리는 울타리 바깥에 있다. 잡지 못한다는 것은 놓지 못한다는 것. 우리가 다정하고 따뜻해질 때. 누군가는 거울 속을 파헤쳐 묻혀있던 거울을 꺼낸다. 뼈에 안이 있다고 생각하면, 부러지지 못하는 여름....
함성호 시인  2017-06-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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