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96건) 제목보기제목+내용
[시로 보는 세상] 비의 입국
비의 입국- 배영옥 공항엔 열대성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시외버스 정류장처럼 소란스러운소나기들의 집합소,매끄러운 피부를 만지작거리며뜨거운 공기 속을 떠도는휘발유 냄새는그리운 한 생을 돌이키는 듯했다모든 게 조금씩 낡아 있었다건물도, 간판도, 사람도낡음의...
함성호 시인  2019-12-04 10:47
[시로 보는 세상] 빠찡코
빠찡코- 송승언죽고 싶은 마음이 칼을 찾지는 않고죽고 싶은 마음이 강을 찾지는 않고죽고 싶은 마음이 빠찡코를 찾는다죽고 싶은 마음들이 빠찡코에 모인다아무도 없는 거리를 보며 아무도없는 거리를 지나가면시인 두엇쯤이 앉아 있는 빠찡코가 보인다쭉 뻗는 그 ...
함성호 시인  2019-11-04 11:42
[시로 보는 세상] 외국 여행
외국 여행- 이영주각자의 말들로 서로를 물들일 수 있을까나는 그의 어둠과 다른 색오래전 이동해 온 고통이여기에 와서 쉬고 있다어떤 불행도 가끔은 쉬었다 간다옆에 앉는다노인이 지팡이를 내려놓고태양을 바라보고 있다흰 이를 드러내며 나는 웃고우리의 혼혈은 ...
함성호 시인  2019-10-17 14:42
[시로 보는 세상] 혈여(血餘)
혈여(血餘)- 김두안머리카락이 자란다. 싹둑 잘라 버린 머리카락이, 고요할수록 근질근질한 머리카락이, 온통 불길한 생각들이, 머리통을 쥐어뜯던 머리카락이, 악을 쓰며 부정했던 기억이, 두통처럼 날카로운 머리카락이, 심장이 토해 낸 싸늘한 머리카락이, ...
함성호 시인  2019-10-02 13:20
[시로 보는 세상] 긍정적인 밥
긍정적인 밥- 함민복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너무 박하다 싶다가도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국밥이 한 그릇인데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덮여 줄 수 있을...
함성호 시인  2019-09-17 11:00
[시로 보는 세상] 그리고 나는 눈 먼 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눈 먼 자가 되었다- 강정걸을 땐,다리여 사라져라네가 내 이름이 되지 않도록땅이 너를 탓하지 않도록- 『그리고 나는 눈 먼 자가 되었다』 / 강정 시집 / 문학실험실 / 2019년오이디푸스의 불운은 아버지 라이오스의 죄 때문이다. 라이오스는...
함성호 시인  2019-09-02 14:52
[시로 보는 세상] 내가 없는 세상
내가 없는 세상- 장정일고추잠자리가 몰려다니는 흰 등대풍뎅이가 기어가는 방파제입이 쩍 벌어지도록 하품을 하는 수평선누군가가 바람에 날려 가지 않게자신의 밀짚모자를 한 손으로 꾹 누르고 있다헤드라이트가 수분을 섭취하는 숲경적을 울리자 갑자기 나타난 저수...
함성호 시인  2019-08-16 11:34
[시로 보는 세상] 저녁에 입들
저녁에 입들- 정끝별한 이불에 네 다리를 꽂지만 않았어도서로 휘감기지도 엉키지도그리 연한 속살이 쓸리지도 않았을 텐데한솥밥에 내남없는 숟가락을꽂지만 않았어도서로에 물들지도 병들지도그리 쉽게 행복에 항복하지도 않았을 텐데한 핏줄에 제 빨대를 꽂지만 않았...
함성호 시인  2019-08-01 14:06
[시로 보는 세상] 반투명한
반투명한- 박세미호수 위 얇은 얼음이 깨지고 있다나의 어린 하마는 허우적대지 않는다뿌연 얼음이 부서지며날카로운 소리를 내어도작은 두 귀만 수면 위에 띄우고 사라진다나의 어린 하마는아마 물속에서 좋았을 것이다유리를 사랑한 적 있다더이상 투명해질 수 없을...
함성호 시인  2019-07-16 17:59
[시로 보는 세상] 그해 겨울
그해 겨울- 김재룡문풍지가 부르르 떨면서 호얏불이 파득거렸다. 삿갓봉 들머리에서부터 들판을 가로지르며 승냥이 울음소리가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안방 화로 냄비에는 무가 자작이며 푹 물러갔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시는 함흥할머니가 매일 저녁 올려놓는...
함성호 시인  2019-07-01 11:49
[시로 보는 세상] 하얀 돌
하얀 돌- 윤병무이제 사랑노래는 끝났습니다듣지도 부르지도 않겠습니다울음 그친 자리가구에 남은 손길상복(喪服) 같은 빨래 사이로 비친 햇살시선 돌리면 어느새텅 빈 밤이 혼자 와 있습니다가장 믿을 만한 하얀 돌을 골라속내를 털어놓고 저도 돌이 되겠습니다 ...
함성호 시인  2019-06-18 09:38
[시로 보는 세상] 밀크 캬라멜
밀크 캬라멜 - 하재연 나랑 그 애랑 어둠처럼 햇빛이 쏟아지는 스탠드에 걸터앉아서 맨다리가 간지러웠다 달콤한 게 좋은데 왜 금방 녹아 없어질까 이어달리기는 아슬아슬하지 누군가는 반드시 넘어지기 마련이야 혀는 뜨겁고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것 부스럭...
함성호 시인  2019-06-03 13:40
[시로 보는 세상] 내 마당
내 마당- 이준규내 마당에는 매일 잉어 떼가 온다무언가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파도의 산을 넘어내 마당에는 매일 은행나무가성큼성큼 다른 길을 내고마치 사막의 설치류가 오솔길을 만들듯내 마당에는 매일 청개구리가폴짝폴짝 담을 쌓는다담 사이에는 순간순간 이끼...
함성호 시인  2019-05-16 17:01
[시로 보는 세상] 알람
알람- 이선영깨어 일어난다는 게 무슨,소용이람소용이람소용이람펼쳐 놓은 이부자리가 다,무어람무어람무어람베갯잇에 낀 후회와 반성과 슬픔이,자람자람자람입고 먹고 두고 사는 게 이런,것이람것이람것이람걸치고 나갈 희망이,모자람모자람모자람두 눈 두 귀로도 감당할...
함성호 시인  2019-05-02 11:52
[시로 보는 세상]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신경림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밤마다 별들이 우릴 찾아와 속삭이지 않느냐몰랐더냐고 진실로 몰랐더냐고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허술했다는 걸우리...
함성호 시인  2019-04-16 10:42
[시로 보는 세상] 不醉不歸
不醉不歸- 허수경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너를 안았던가너는 경계 없는 봄...
함성호 시인  2019-04-01 10:47
[시로 보는 세상]
집- 김휘승무덤 같은 낮은 숨결로속살 못 잊어 세워보는울음 같은 집 한 채누가 살까. -『햇빛이 있다』김휘승 시집 / 문학과지성사 / 1991년인간의 언어는 단 하나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우리가 ‘물병’이라고 말할 때 그 물병의 고유성, 이...
함성호 시인  2019-03-18 13:12
[시로 보는 세상] 에페스의 발자국
에페스의 발자국- 이명수샛길은 늘 친숙하다셀시우스 도서관 앞 한쪽으로 기운 길대리석 조각에 발자국 하나 찍혀 있다‘이 발보다 작은 사람은 들어오지 마세요’내 발을 대어본다꼭 맞는다유곽遊廓이다‘나를 따라오세요’나는 또 샛길로 빠졌다상처를 치유해준다는 ‘...
함성호 시인  2019-03-04 14:35
[시로 보는 세상] 새잎이라는 짐승
새잎이라는 짐승- 류경무한 아이가 긴 하픔을 하며 돋아난다솟구친다 사자처럼,쫓기는 가젤처럼 솟아오르는새잎이라는 짐승너무 푸르러서 슬플 때도 있었지 아마?새잎의 새로운 빛은 저렇게 빛난다모든 목숨이 그러하듯새잎아, 라고 불러주면 깔깔 웃던한 덩어리 초록...
함성호 시인  2019-02-01 10:37
[시로 보는 세상]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 이응준낙타가 바라보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화요일.슬픈 내 마음 저기 있네, 햇살과햇살 그 사이에 막연히.목화, 내 여인. 나의 이별, 목화.아름다왔던 사랑도 아름다운 추억 앞에서는 구태의연하구나.절망과 내가 이견이 없어서 ...
함성호 시인  2019-01-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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