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54건) 제목보기제목+내용
[시로 보는 세상] 낙엽 쓰는 노파여
낙엽 쓰는 노파여- 장석남11월의 아침을 쓰는 노파여저녁을 쓰는 노파여바람까지도 쓰는 노파여낙엽을 이기려는가?낙엽 쓰는 이 없는 그 어느날을내게 주시려는가?고요의 그 어느날을 어쩌시려는가?나뭇가지 사이 젖어가는 하늘이나한꺼번에 보이시려는가?어머니여,비...
함성호 시인  2018-01-16 13:39
[시로 보는 세상] 칼날이 잠든 곳
칼날이 잠든 곳- 박신규새끼 밴 생구(生口) 따위가 사람보다 더 대접받는다고, 면도날 하나를 여물에 넣고 두근두근 내가 더 야위어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내 혀 깨물고 죽어도 울지 말거라, 속병으로 약봉지를 끼고 사는 노모는 걸핏하면 일을 때려치우는 자...
함성호 시인  2018-01-02 13:57
[시로 보는 세상] 그 겨울의 끝
그 겨울의 끝- 송종찬강 건너가 그립더니건너갈 수 없는 심연이 그리워지더니사나흘 귓불을 스치던 북풍에 강이 얼고그대를 찾아 얼어붙은 강을 건너갔더니눈보라에 거세게 흩날리더니폭설은 돌아갈 길마저 지워버리더니벌판 끝 성당의 불빛만 희미하게 반짝이고프레스코...
함성호 시인  2017-12-18 11:08
[시로 보는 세상] 얼의 굴
얼의 굴- 정 영구름이 지나가는 사이수천의 얼이 태어났다굴에 들었다 소멸한다당신을 만나 손을 잡을 때 난 어떤가거꾸로 매달려두 눈을 껌벅이는 난 어떤가저 막막한 대지에서바람에 맞서는 난 어떤가우주의 조롱 속에서고개를 쳐드는 난 어떤가침묵하는 난 어떤 ...
함성호 시인  2017-12-01 15:28
[시로 보는 세상] 올바른 나체
올바른 나체- 최지인네가 너를 익명이라 소개했다뭐라고 불러야 할까이럴 때 과일은 노골적이다좋아하는 색깔을 묻는다면폭력적인 사람너와 관련된 것은 개인적이다세상에서 가장 야한 사진을 요구하고 싶지만너는 나를 바라보며 자세를 잡고단호하게난간에 올라서며뭐라고...
함성호 시인  2017-11-16 10:59
[시로 보는 세상] 면벽 40 ― 벽
면벽 40 ― 벽- 강세환벽을 바라볼 때가 있다시 한 줄 쓰지 못한 날은벽을 무너뜨려서라도시 아닌 것들을 다 무너뜨리고 싶다한방에 무너뜨리지 못하면저 벽처럼 입 닥치고 있을 것!저 벽처럼아무것도 모른다 할 것!시도 잊을 것!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해도다...
함성호 시인  2017-11-01 15:28
[시로 보는 세상] 모두의 밖
모두의 밖- 이 원의자의 편에서는 솟았다땅속에서 스스로를 뽑아 올리는 무처럼마주해 있던 편에서는의자가 수직으로 날아올랐다그림자의 편에서는 벽으로 끌어 올려졌다벽의 편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긁혔다얼른 감춰야 했다의자는 날았다 그림자는 매달렸다속은 알 수 ...
함성호 시인  2017-10-10 14:53
[시로 보는 세상] 당신과 살던 집
당신과 살던 집- 권대웅길모퉁이를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햇빛에 꽃잎이 열리려고 하는 순간기억날 때가 있다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하늘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어떡하지 그만 깜빡 잊고여...
함성호 시인  2017-09-18 14:16
[시로 보는 세상] 써라!
써라!- 서정학빨리, 써라! 제발 아껴서 써라! 땅을 파도 안 나오는, 이건 정말 못 해먹겠네, 적당히 시간은 없고, 줄― 줄― 써 내려가야 한다. 새 문서, 새 웹페이지, 새 전자메일 메시지, 줄― 줄― 잡음이 낮게 깔리고 있었어. 새로 써라! 문서...
함성호 시인  2017-09-01 13:36
[시로 보는 세상] 발등에 내리는 눈
발등에 내리는 눈- 박연준당신이 꽃을 주시는데테이블에 던져놓고 잊어버린 밤사라진 것은 밤이 아니라빛의 다른 이름이다일회용 컵 뚜껑을 깨물다입술을 베인다가벼운 것에 베이면 상처가 숨는다틈으로 들어오는 것이 빛인지 어둠인지허공을 더듬는 거미의 열기인지허방...
함성호 시인  2017-08-16 15:03
[시로 보는 세상] 허씨집 벤의 기도
허씨집 벤의 기도- 심보선능숙하게 잔인을 구사했던 로마인들토가의 주름을 펴던 노예의 손목을 낚아채그 위에 새겨진 주저흔을 바라보며능청스럽게 말했네“이 약해빠진 암염소들아,호메로스조차 너희들의 인생을 시로 쓴다면 삼류로 전락할 것이다!”복수의 운명이여,...
함성호 시인  2017-08-02 11:29
[시로 보는 세상] 월남 자전거
월남 자전거- 김승강자전거가 한 대 내려왔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좁은 갓길인데도 그쪽은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왔다 하마터면 정면으로 부딪힐 뻔했다 뒤돌아보니 월남 여자였다 월남 여자는 자전거를 타고 월남으로 곧장 내달았다 월남 여자가...
함성호 시인  2017-07-17 15:25
[시로 보는 세상] 잘가라, 첫사랑 물방울 벌레들아
잘가라,첫사랑 물방울 벌레들아- 조길성방충망에 투명한벌레들이 맺혀있는 것을 본 적 있다오늘 문득유리창에 기어 다니는투명한 벌레들을 본다살아있었구나내 몸속에서 수많은 물방울들이아우성치고 있다나는 물방울의 숙주언젠가 이 몸을 버리고 떠날 것을 안다난 이 ...
함성호 시인  2017-07-03 16:38
[시로 보는 세상] 수색
수색- 안미옥건네받은 악수에는 깨문 자국이 있다. 우리는 울타리 바깥에 있다. 잡지 못한다는 것은 놓지 못한다는 것. 우리가 다정하고 따뜻해질 때. 누군가는 거울 속을 파헤쳐 묻혀있던 거울을 꺼낸다. 뼈에 안이 있다고 생각하면, 부러지지 못하는 여름....
함성호 시인  2017-06-16 14:24
[시로 보는 세상]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서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서- 강지혜누군가는 주인공으로 태어난다주인공은 조력자를 만난다 주인공은 사건을 만난다 사건은 주인공의 비상한 머리와 소름 끼치도록 치밀한 우연으로 해결된다 열렸거나 닫혔거나 결말이 나고 주인공은 웃거나 울거나 죽는다 구조는 구조적...
함성호 시인  2017-06-01 11:00
[시로 보는 세상] 백색의 얼굴
백색의 얼굴- 이재연 자의식과 자의식이 비슷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너의 키가 나를 훌쩍 넘어버리자 내 목소리의 색깔이 변하였다 듣고 싶지 않다고 늘 손에서 빠져나가던 그 아이 머리맡에 물방울처럼 달이 내려온다 터지지 않고 공중에 머물다 블라...
함성호 시인  2017-05-17 15:30
[시로 보는 세상] #133
#133- 최규승저수지를 보았다 하고시작하는 시를 보았다 하고쓰는 시인을 보았다 하고고개 숙인 여자를 보았다 하고놀라는 아이를 보았다 하고달리는 개를 보았다 하고차를 모는 운전수를 보았다 하고퇴근하는 회사원을 보았다 하고잠을 자는 남자를 보았다 하고거...
함성호 시인  2017-04-28 11:01
[시로 보는 세상] 토리노의 말
토리노의 말- 박정대토리노의 말이 울고 있다하염없이 폭풍이 몰아치는 언덕 아래서 토리노의 말은 침묵으로 세계를 운다내가 토리노의 말을 타고 안개 낀 들판을 다 지나와 이 세계의 풍경은 다시 결성된다창문이 달린 내면이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
함성호 시인  2017-04-19 15:23
[시로 보는 세상] 블로뉴 숲의 용의자들
블로뉴 숲의 용의자들- 리산지난밤 나는 그 숲에 있었다매꽃 하얗게 헝클어진 덤불에반쯤 파먹힌 눈알이 뒹굴고부리에 피를 묻힌 검은 까마귀가먼 강을 향해 날았다매꽃 이파리 관을 쓴 어여쁜 나는두 팔을 하늘로 치켜들고당나귀가 눈먼 아침을 몰고 올 때까지맨발...
함성호 시인  2017-04-04 16:47
[시로 보는 세상] 미여지 벵뒤
미여지 벵뒤- 김병심한 생 접어 나비가 되신다니하얀 안개 낀 오작교에서당신에게 하기 싫은 말나비와 복사꽃으로 웃던 안녕이라는 말가루로 날아올라 사라지는 당신이 남긴 말이별 이별얻어 쓴 이 생도 내게서 사라질 숨말사랑 사랑-『신, 탐라순력도』중에서 / ...
함성호 시인  2017-03-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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